2020. 9. 26. 12:43ㆍ이건뭐지
예전에 한량으로 지내던 시절 몇몇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때 일이다.
원래 강연 주제는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1시간 정도 강연을 하다보니 아이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나도 고등학교 때 그랬지만 축 쳐진.. 그런 눈빛 말이다.
아이들은 게임 개발이라는 게 재미있어 보이지만 자기들이랑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 절대 어려운게 아니야. 특히 요즘 세상에서는 더 쉬워요.
난 인터넷도 없던 시절 고1때 게임 개발 팀에 합류해서 게임 만들었어요.
코딩을 몰라서 기획이랑 시나리오 파트를 맡았죠.
아이들 : 우와...
... 우와 가 아니라 자기들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좀 역효과다.
아이들이 .. '저 사람이 고1 때 했다니까 나도 해볼까?' 가 아니라 '와~ 저사람은 어릴때부터 대단했구나.' 라는 이상한 자기 합리화를 해버린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강연 주제를 바꿨다. 아이들이 실제 작동하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작게 시작해서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거..
나 : 너희 중에 TV에 나오는 교수님이나 기자한테 편지 써 본 적있는 사람?
아이들 : ....
이거였다.
말로만 듣던 유명한 교수님이나 기자들 한테 메일 쓰면 답장이 안올꺼라고 지레짐작하는데, 의외로 답장이 오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해줬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며 생각해보니 이대로 수업을 마치면 이 아이들 중 아무도 오늘 배운 내용을 실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당근을 제시했다.
'오늘 수업 끝나고 저한테 이메일 보내면 상품권을 드릴께요'
뭔가 배운거.. 유튜브에서 감명깊게 본거.. 책에서 읽은걸 실제 자기 삶에 적용해보고 싶다면..
그걸 배우고 바로 시도해야한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해봐야지.. 하면 절대로 안하게 된다.
억지로라도 지금 당장 해야한다.
늦어도 내일 안에는 실천해야 한다.
딱히 원리는 모르겠는데,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라..
덧. 참고로 위 고등학교 애들은 한 150명 정도 되었는데, 나중에 실제 메일 쓴 아이는 딱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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