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삭제했더니

2020. 9. 18. 00:25이건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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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때는 하루에 수 십 만명이 들어오던 블로그였는데, 깔끔하게 사라지는데는 몇 년이면 충분했다. 이제 다시 글을 적어보려 한다. 주제는 그냥 일단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쓸 예정이다. 글 쓰는 것도 마치 근육이랑 비슷해서 오래동안 쓰질 않으면 근손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아니 글 손실? 

 

짧게라도 계속 다시 쓰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몇 번 실수하고 기억을 떠올리고, 더 나은 글들을 참고하다 보면 다시 실력이 성장하리라 기대하고있다. 

 

돌이켜보면 나름 인기있었던 블로그 글을 다 삭제한 것은 일종의 회피였다. 당시에 그냥 보기에도 나보다 훨씬 글 재미있게 쓰고, 유익한 블로그들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기였다. 도저히 그들과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그런 기분 있잖은가... SEO가 뭔지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블로그를 좀 배우더니 갑자기 나를 점점 추월해나가는 걸 보는 기분?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을 이루어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다 지우고 사라지는게 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후회하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그게 '그때의 나'라는 사람이니 말이다. 사실 이렇게 그냥 다 인정하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오만했다. 기술적 트렌드에 밝았으며 손대는 것 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아니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았다. 늦은 나이에 온 중2병이랄까.. 뭐 그런 상태였다.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데 까지 거의 10년이 걸린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사실 지금도 좀 오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니 다시 글을 쓰고 있는 거다. 글을 다시 쓰다보면 다시 예전의 감각을 되찾을 것이고, 그때는 쓰지 못했던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 아니면 .. 중년 아저씨의 감정 배출구 역할로 그칠 수도... )

 

암튼....진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