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6. 03:47ㆍ나중 일기
딱 10년 4개월 다니고 퇴사한 첫 직장.
저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언젠간 하나씩 풀어쓸 날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좀 아니다. 밖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안에서 보면 꽤 좋은 회사다. 아니 상당히 좋은 회사였다.
밖에 나와 다른 회사들 돌아다니다보니 더 확실히 알겠더라. 그나마 저기가 프로세스대로 돌아가는 회사다.
만약 내 딸이 커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면 추천할 만한 회사다. 둘째는 아니다..;;
첫째는 딱딱 프로세스대로 일이 돌아가는 걸 좋아하고, 둘째는 룰 파괴범이라....;;;;
즉 가급적 원칙대로 일이 돌아가는 회사라는 소리다.
저날 기분은 뭐랄까..좀 시원섭섭한 느낌이었다. 마치 교도소에 한 10년 있다가 밖으로 나온 느낌?
그리고 실제 외부 사람들을 좀 만나다 보니 진짜 전혀 다른 세상이구나 하는 것도 많이 느꼈었다.
가령 성희롱이나 그런 부분들.. 2015년 당시 기준으로 여직원의 외모를 칭찬하거나 하는 말을 하면 공식 경고를 받던 회사다. 회식자리에서 술 한번 따라보라고 했다가 부서장 짤리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밖에 나왔더니... 어휴..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암튼 지금은 아직 회사 이야기 적기 뭣하고... 나중에 적게된다면 어떤 글을 적을 수 있을까..
- 모 부회장 노래 시킨 썰..
- 내 맘대로 전사로 뉴스레터 발송해버린 썰..
- 그러다 뉴스레터에 사고쳐서 부회장 메일 날아와서 난리 난 썰..
- A 회장 미팅 썰...
- 화끈했던 인사팀장님..
- 중국 부호 순위 100위권 내에 있던 30대 아저씨 썰..
- 개인주주 자격으로 회사 와서 박사급들 호출해서 기술 전망 듣고 가던 모 회장님..
- 공식 지시로 출근안하고 잠수 탔던 썰..
- 뒷통수 거하게 맞고 플젝에서 쫓겨난 썰..
- 조직개편에서 부서 날아가고 황급히 전배 가던 썰..
.... 한 10년 정도 더 지나고 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라며 썰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아직은 곤란하다.
근데 웃긴건.. 10년을 넘게 다녔는데.. 의외로 기억에 남은 순간이 별로 없다.
이러다 나중엔..내가 저 회사를 다닌 게 맞나? 라며 의심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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