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3. 13:45ㆍ나중 일기
이 인기없는 블로그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 퇴사 관련 글이죠.
아마도..임직원 분들이 검색해보는거 같은데...
삼성전자를 퇴사하고픈 분들께 몇가지 미리 알려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그래서 평소엔 반말로 찍찍 글 적지만 존댓말로 적어봅니다. )
1. 회사 밖은 정글이다.
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 정글 맞습니다. 그리고 여성 분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외부에선 잘 모르지만 삼성전자 내부의 성평등 지수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삼성전자 사내에서라면 바로 징계나 퇴사 조치될 일이 외부 세상에선 일상처럼 일어납니다. 외모 지적, 옷 지적,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위 등등..
그리고 지금 현직에 있으면서는 대체 이 회사가 왜 안망하는지 모르겠다 싶으실텐데...
밖에 나와서 다른 회사 다녀보면... 아..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이었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원칙대로.. 프로세스대로 하면 되는 간단한건데.. 그 간단한걸 해내는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한 말로 그냥 무법천지로 보입니다..;; )
2. 수많은 혜택이 사라집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도 1억까지는 쉽게 만들어줄텐데.. 삼성전자 재직이 사라지는 순간 그런 혜택들이 사라집니다.
임직원 몰이나 등외품 구매는..뭐 현직에 있는 친구들한테 부탁하면 다소 불법적이지만 그럭저럭 해결 가능합니다.
SFC 카드도 ... 유지됩니다.
근데 디게 소소하고 자잘한 것들이 안되는데.. 괜히 그럴 때마다.. 아 난 이제 퇴사했구나 하는걸 느끼곤 합니다.
3. 고민하는 문제는 회사를 관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중요)
저마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는 다를테지만.. 그게 회사를 관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차라리 지금 인적 네트웍을 가지고 내부 리소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 현재 상태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 창업을 하거나 이직을 하거나 하면 낯선 환경, 적은 리소스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즉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피의 수단으로 퇴사는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다른 걸 해보고 싶어서 하는 퇴사는 찬성입니다.
( 이 경우에도 회사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부캐로 좀 해보고 가능성을 판단한 후 하는걸 권합니다 .)
4. 그래도 퇴사하면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퇴사하고 1달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오전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곤 했습니다. 너무 좋더라구요. 전 10년 조금 넘게 삼성전자에서 일했었는데 10년 사이에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었구나 하는걸 느꼈었습니다.
스벅에서 남들처럼 노트북 펼쳐들고 뭐 일하는 척도 해보고...
평소 회사에서 일하느라 못봤던 세상의 모습은 참 경이롭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지 전혀 몰랐죠..
5. 경제적 조건?
퇴사하려면 얼마 정도의 자금을 가지고 퇴사하는게 옳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이건 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딱 하나 확실한 건.. 빚이 없는 상태로 퇴사를 하는게 좋습니다. 주택 자금 대출을 받은게 있다면 퇴사하면 그 집 팔던지 해서라도 대출 잔액을 0 원으로 만드세요. 그러면 마음이 좀 편안합니다. 전 퇴직금과 아파트 판매한 돈으로 시골로 내려가서 4년 정도 살았는데, 빚이 없으니 수입이 없어도 마음이 편안하더라구요. 그 심정은... 실제 그 상황이 되어 봐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회사 다닐땐 회사 관두면 한 3달 정도 후에 길거리 나앉는다는 계산이 나왔는데.. 빚을 다 청산해버리고 지출 규모를 줄이니 이대로 그냥 늙어 죽을 때까지 소일거리만 하고 살아도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구요 ㅋ
다른건..담에 또 생각나면 적어볼께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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